'어머님, 아버님' 말벗 없는 노인들 심리 악용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01-05 18:23 조회1,582회 댓글0건본문
'어머님, 아버님' 말벗 없는 노인들 심리 악용했다
김현주입력 2017.01.05 14:02수정 2017.01.05 14:05댓글 38개
"사악한 기운을 막아줘 떼인 돈도 받게 해드려요."
"치매와 중풍 예방에 효과가 있습니다."
겨울 눈꽃 여행 등 효도관광이나 공짜 상품 제공을 미끼로 노인들을 불러모아 '홍보관'을 운영, 허위 과장 광고로 폭리를 취하는 이른바 '떴다방' 업자들이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원가의 10배에 가깝게 가격을 뻥튀기한 건강식품을 떠넘겨 노인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은 물론, 도자기에 조악하게 인쇄한 팔만대장경을 미끼로 '액운을 막아주는 도자기'라고 속여 터무니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어처구니 없는 악덕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3월부터 3개월간 충북 청주시 육거리시장 인근 건물 2층에 '떴다방' 홍보관을 차려놓고 70∼80대 노인 150여명에게 18종의 물품 1억3000만원 어치를 판매,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오모(54)씨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효도관광 등 미끼로 노인 불러모아 허위광고로 폭리…'떴다방' 전국적으로 기승
이들은 홍보관을 찾아오는 노인들에게 화장지나 계란 같은 생필품을 무료로 나눠주거나 건강 강연회를 미끼로 삼아 노인들을 끌어 모았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상품 홍보관을 운영하며 노인들의 환심을 산 뒤에는 일반 식품부터 생활필수품까지 돈이 되는 물건이라면 가리지 않고 허위 과장 광고를 통해 강매하듯이 팔아 넘겼다.
심지어 노인들에게 팔만대장경이 새겨진 도자기와 도장을 소개하면서 "사악한 기운을 막아줘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떼인 돈도 받게 해준다"고 꾀었다. 이들에게 속은 노인 13명은 7만원짜리에 불과한 도자기를 무려 7배나 비싼 48만원씩에 사들였다.
떴다방 홍보관 사기범들이 검거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전국을 돌며 홍보관 7곳을 운영, 70∼80대 노인을 상대로 허위 과장 광고를 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진모(40)씨를 구속하고 일당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치매와 중풍 예방에 효능이 있다"며 1박스에 13만원짜리 태극삼을 130만원에 판매, 원가보다 무려 10배나 되는 비싼 가격에 물건을 판매했다.
지난해 4월 경찰은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인양 속여 판 혐의(식품위생법 위반 등)로 홍보관 업주 최모(57)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박모(49)씨 등 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 등은 2015년 1월부터 3개월간 충남 금산군에 홍보관을 차려놓고 "효도관광을 보내주겠다"고 꼬여 몰려든 노인들에게 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녹용 추출액을 고혈압·당뇨·중풍·관절·치매를 예방한다고 허위·과장광고를 했다.
이들은 녹용 추출액을 60포당 30만원에 판매, 3517명으로부터 무려 8억7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사회·가정으로부터 고립, 판단력 떨어지는 노인들 심리 교묘하게 악용
사회나 가정으로부터 고립되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심리 상태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상술이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관계 당국의 단속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서울에 사는 65세 이상의 노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7%가 최근 1년 사이에 악덕 상술 판매단에게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은품(공짜) 제공을 미끼로 내세우는 수법(70.7%) △무료관광(17.3%) △홍보관(14.3%)에 의외로 많은 노인이 당했다.
피해 노인들은 "사회나 가정 어디에서도 대화할 상대조차 없는 데 '아버님, 어머님' 하면서 자식보다 친절하게 대하면서 공짜 선물을 주고, 건강 잘 챙겨야 한다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홍보관 사람들에게 솔깃하게 되면 물건을 사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단속을 맡은 경찰과 지자체·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기관들이 합동 단속을 벌이기도 하지만 치밀한 감시망까지 갖춘 떴다방 사기꾼들의 기민함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떴다방 업자들이 전국을 돌며 '메뚜기식'으로 영업을 하다 보니 추적이 어렵고, 단속반이 뜨면 금방 눈치를 채 정상적인 영업인 것처럼 잡아떼 증거를 잡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단속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떴다방 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와 이런 조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유관기관 공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